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는 후기 낭만파의 대표적 작곡가입니다. 그의 음악을 듣는 사람은 끊임없는 긴장감과 몰아치는 극적감정을 요구하기에 어렵다는 평을 많이 하는데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선율로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쇼팽과 슈베르트, 브람스 등의 전기 낭만파 음악가들의 음악에 비해 비장함과 폐부를 파고드는 장중함이 끊임없이 악장을 점유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말러가 곧 말러음악이다'라는 하나의 장르를 탄생시키며 말러 음악을 지배했던 죽음과 사랑, 그리고 그의 음악 인생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말러 음악의 소재가 되었던 죽음과 비관
말러는 1860년 체코 보헤미아의 칼리슈트(Kalischt) 에서 유테인 부모 사이에 태어났습니다. 그의 형제는 무려 14명이나 되었는데요. 그중 6명이나 그가 어릴 때 사망했습니다. 특히 그가 사랑한 바로 아래 동생 에른스트는 말러가 14살 되던 해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요. 말러에게 있어 사랑하는 가족들의 거듭된 '죽음'은 그의 삶을 충분히 비관적이고 염세적으로 만들게 했습니다. 이러한 그의 불행한 삶은 말러 음악의 단골 소재가 되고 죽음과 비관이 음악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심이 되게 합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출생에 대한 괴로움을 이렇게 표현하곤 했는데요. '나는 삼중의 노숙인이다. 오스트리아인들 속에서는 보헤미안이었고, 독일인 사이에서는 오스트리아인이었으며 전 세계에서는 유대인으로 살아야 했다. 어디서든 외딴인이었고 환영받지 못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소외감과 절망적 주변 환경은 그의 대표적인 9편의 교향곡과 미완성된 교향곡 10번에서도 고스란히 표현되며 말러음악이란 장르를 만들어내게 합니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지휘가 대작곡가로 만들게 했다
말러는 피아노를 배우고 6세 때부터 천재적인 음악성을 발휘하며 단숨에 주목을 받게 되습니다. 1880년 이후부터는 생계를 위하여 각지의 극장의 지휘자로 활동을 했는데요. 카셀 궁정 극장 부지휘자, 프라하 독일 가극장 부지휘자, 라이프치히 가극장 부지휘자, 부다페스트 왕립 가극장 음악감독, 함부르크 시립 가극장 수석지휘자, 함부르크 교향악단 지휘자, 빈 궁정오페라극장 음악감독 및 지휘자, 빈 필하모닉 지휘자까지 역임했습니다. 작곡을 위한 생계수단으로 지휘를 시작했지만 그의 지휘자로써 명성은 '작곡까지 하는 지휘자'로 더 유명세를 떨치게 됩니다. 하지만 그가 지휘했던 악단 연주자들은 그를 몹시 좋아하지 않았다는데요. 그는 완벽에 가까운 음악적 완성도를 요구하며 끊임없이 단원들을 몰아세우고 괴롭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든 단원들은 지휘자 말러만 나타나면 슬슬 피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줄행랑을 쳤다고 하는데요. 그러한 그의 태도에 못마땅한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고 유태인을 싫어하는 시선까지 더해지며 최종적으로 '토스카니'에게 밀려나 빈 필하모닉을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말러는 본인이 전념하고자 했던 작곡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여름휴가를 온통 작곡을 위한 시간으로 보내며 그의 대표적 교향곡 4,5,6,7,8번 5곡을 완성하게 되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비극으로 끝난 '알마 말러'와 사랑과 이별 그리고 죽음
또한 그는 여러 여성 음악가와 사랑에 빠지고 이별을 경험했는데요. 나이 42세에 단 한 명의 부인이었던 19세의 '알마 말러'와 결혼을 하며 음악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때 그의 주요 작품들은 가곡과 교향곡에 집중되었는데요. 가곡이면서도 교향곡적인 느낌이 강하였고 교향곡이지만 가곡이 악상 전반에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은 말러 음악의 특징이 나타나게 됩니다. 말러는 '알마'와 결혼생활을 하며 그녀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교향곡 5번의 2악장은 사랑에 빠진 말러가 그녀의 사랑 '알마'에게 온전히 바치는 마음을 표현한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 모두 정신병을 앓았던 경력이 있었고 말러 또한 감정의 기복이 순식간에 변하는 조울증세로 인해 그들의 사랑 또한 평탄하지 않았는데요. 불행하게도 불안전했던 결혼생활을 완전히 깨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1902년 말러의 큰 딸이 디프테리아로 사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알마 말러'는 말러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게 되고 말러의 제자와 사랑에 빠져 그의 곁을 떠나게 되는데요. 결혼 생활 내내 어린 아내가 자신의 곁을 떠날까 봐 전전긍긍했던 말러는 그녀의 불륜과 외도에도 그녀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 위해 음악을 작곡하고 그녀가 다시 돌아오기를 갈구합니다. 그는 이미 깨져버린 사랑을 다시 되돌리고 싶어 한 마음을 온통 창작으로 불태우며 작곡에 몰입하게 되는데요. 이 시기 말러는 심장병이 악화되며 좋아하는 호숫가 수영도 하지 못하게 되고 숲 속에 작은 오두막을 지어 교향곡 9번을 완성하고 미완성으로 남은 교향곡 10번을 착수하게 됩니다. 말러하면 모든 교향곡이 대표적이지만 개인적으로 교향곡 8번을 칭송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 곡은 대규모의 칸타타를 연상케 하고 독창자와 합창, 연주자들까지 모두 1,000명의 연주자가 필요한 대교향곡입니다. 독창과 합창의 웅장한 전개,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음악의 굽이치는 긴장과 완화대신 처음부터 긴장과 긴장, 격정의 연속이 지속되는 이 교향곡을 듣고 있으면 섬세하고 소심한듯한 말러의 마음속에 활화산 같은 삶과 죽음, 비관이 버무려져 끊임없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편안하고 아름다우며 행복한 감정을 일으켜주는 클래식 명곡들과 달리 말러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 수록 비통하고 때론 우울하며 가슴을 찌르는 슬픔까지 느끼게 해 줍니다. 마치 불편한 내 마음을 들켜버리기라도 하듯 말러의 음악들은 비관적이고 아픈 인간의 내면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불행했던 그의 유년시절과 항상 삶 속에 함께 공존했던 가족들의 죽음, 이별, 비관적인 상황들이 말러의 음악 속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세기말적 교향곡의 대가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과 그의 음악의 소재가 되었던 비관과 죽음,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해서 정리해 봤는데요. 구스타프 말러 음악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 여름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가는 늦가을과 추운 겨울 그리고 절망이 내 삶을 지배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의 음악을 더 이해할 수 있고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귀를 열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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